화려하게 번쩍이는 도심의 불빛을 뒤로하고 한 걸음 안쪽으로 미끄러지면 전혀 다른 공기가 폐부를 찌른다. 대구 북성로 골목은 일제강점기의 흔적과 산업화의 투박한 손때가 고스란히 엉겨 붙은 공간이다. 낮이면 쇠를 깎고 철판을 두드리는 거친 소리가 가득하지만, 그 무식할 정도로 솔직한 소음 속에는 치열하게 살아낸 이들의 묵직한 삶이 담겨 있다. 요즘 유행하는 세련된 카페 거리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친 매력이 뚝뚝 떨어진다.
이 투박한 길바닥 위에는 옛 시절 지어진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뜬금없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. 회색빛 콘크리트 틈새로 낡은 나무 기둥이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면, 흐르는 시간 속에서 홀로 멈춰 선 섬을 마주한 기분이다. 어설프게 복원한 관광지들과는 깊이부터가 다르다. 매끄럽게 포장된 길보다 발끝에 채이는 거친 자갈과 삐걱거리는 나뭇바닥의 감촉을 느끼며 걷는 것이 이 골목을 마주하는 방법이다.
어스름한 저녁이 찾아와 상가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하면 이 골목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. 붉게 녹슨 셔터 위로 가로등 불빛이 떨어질 때의 그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는 참 묘하다. 세월의 풍파를 맞으며 닳고 닳은 오래된 간판들은 그 자체로 예술 같다.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람 냄새가 푹푹 풍기는 것이, 겉만 번지르르한 요즘 세상에 던지는 묵직한 한마디 같다.
괜히 아는 체하며 감정을 쥐어짜 낼 필요는 없다. 그저 발걸음 닿는 대로 조용히 걷다가 낡은 대문 틈새로 흘러나오는 온기를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. 바람이 차가워지는 계절에 이 어둡고 좁은 길을 걷다 보면 차갑게 굳어 있던 마음에 조금은 온기가 돌 것이다. 쓸쓸함을 달래줄 위로가 필요한 날에는 이 투박한 골목의 좁은 품에 슬그머니 기대어 보는 것도 괜찮다.